- [null] 『골골 100세』 피하려면 고혈압부터 잡아라Ⅱ
- 2016-07-18
PART 2. 다양한 얼굴의 고혈압
혈압은 때와 장소,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주의해야 할 고혈압 종류를 알아봤다.
● 가면고혈압
가정이나 직장에서 혈압을 재면 고혈압인데, 병원에서는 정상인 경우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5~20%를 차지한다. 젊은 사람, 흡연자,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서 잘 생긴다. 가면고혈압 환자는 실제 혈압은 높은 편이기 때문에 다양한 고혈압 합병증 위험이 높고, 당연히 사망률도 높다. 따라서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이 정상이더라도 가정에서 측정한 혈압이 계속 높게 나온다면 병원에 증상을 이야기하고 24시간 활동 혈압을 재보는 게 좋다.
24시간 활동 혈압은 24시간 동안 집에서 30분 간격으로 혈압을 측정해 평균값을 계산하는 것이다. 가면고혈압 환자인 경우 심장질환 발병 확률이 1000명당 30.6명 정도로, 고혈압을 진단받았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않은 환자의 심장질환 발병 확률(1000명당 25.6명)보다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 백의고혈압
가정에서는 정상 혈압으로 측정되는 반면 병원에만 가면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다. 병원에서는 의사가 혈압을 측정하기 때문에 긴장해 혈압이 높아지는 탓이다. 하지만 백의고혈압 환자의 10~30%는 3~5년 후 실제 고혈압으로 진행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평소 주기적으로 자신의 혈압을 확인해야 한다.
● 가성고혈압
65세 이상 노인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혈압이 실제보다 높게 측정되는 경우다. 미국 고혈압학회지에 따르면, 가성고혈압은 노인 고혈압 환자의 약 7%에서 나타나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이를 겪는 사람이 더 많을 것으로 본다. 가성고혈압이 있으면 고혈압이 아니어도 고혈압으로 잘못 진단해 필요 없이 약을 먹게 될 위험이 있다.
혈관은 나이 들수록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딱딱해지는데, 딱딱해진 혈관이 가성고혈압을 유발한다. 혈압기의 공기주머니는 팔을 꽉 눌러 피가 안 통하는 순간까지 힘을 가하는데, 혈관이 경직돼 있으면 공기주머니가 팔을 눌러야 하는 힘이 더 세지는 것과 관련 있다.
따라서 노인은 혈압을 처음 잴 때 두 팔을 모두 재봐야 한다. 양쪽 혈압이 20mmHg 이상 차이 나거나, 고혈압 약을 먹어도 혈압이 잘 안 떨어지거나, 오히려 어지러움·무기력증 같은 저혈압 증상이 생기면 가성고혈압일 수 있다. 또 공기주머니의 최대 압력으로 팔을 조였을 때도 손목의 맥이 뛰고 있다면 가성고혈압이다. 혈관이 딱딱해져 공기주머니의 압력으로도 혈관이 막히지 않으면서 손목에 맥이 뛰는 것이다.
● 아침고혈압, 야간고혈압
아침이나 한밤에만 혈압이 높아지는 숨은 고혈압이다. 아침고혈압은 평소에는 혈압이 정상이거나 약간 높은 정도지만, 아침에 잠에서 깬 뒤 두 시간여 동안 최고 혈압이 160~180mmHg까지 급격히 높아지는 것이다. 아침에는 원래 몸을 깨우기 위해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호르몬이 분비돼 혈압이 10mmHg 정도 오르는데, 아침고혈압 환자는 이보다 높은 30mmHg 정도 오른다.
야간고혈압은 낮보다 혈압이 10~20% 떨어져야 하는 밤중에 혈압이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숨은 고혈압 환자는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일반 고혈압 환자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따라서 50대 이상이라면 병원에서 혈압이 정상으로 나와도 집에서 혈압을 여러 번 다시 재봐야 한다.
● 여성은 임신 중과 갱년기 이후 특히 주의해야
여성은 임신 중과 갱년기 이후에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임신 중 혈압이 높아지는 것을 '임신고혈압증후군'이라 하는데, 뱃속에 생긴 아기나 태반 등에 공급해야 할 혈액이 더 생기는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 보통 임신 20주 이후에 혈압이 140/90mmHg로 높아지는 증상이 생긴다. 임신 전 이미 고혈압인 경우에는 증상이 더 악화된다.
대부분 출산 후 12주가 지나면 정상 범위로 내려가지만 10명 중 1명이 만성고혈압으로 이어진다는 보고가 있다. 임신성고혈압이 임신 20주 이전에 생기고 몸속 장기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에도 만성고혈압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삼성서울병원의 연구결과도 있다. 임신성고혈압이 심해지면 신생아의 저체중, 성장지연뿐 아니라 나중에 학습이나 운동 발달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커진다.
갱년기의 여성호르몬 감소도 고혈압 위험을 높인다. 여성호르몬이 혈관의 탄성도를 유지시키는 기능을 하다가 분비량이 줄면서 혈관이 경직되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그 전까지 여성은 오히려 저혈압이 문제가 되다, 갱년기부터 급작스럽게 고혈압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혈압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여성의 심혈관계 질환 발생 시기가 남성보다 10년 정도 늦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은 40대까지만 해도 남성에 비해 고혈압 환자가 훨씬 적지만, 50대부터 늘기 시작해 60대에는 남성보다 많아진다.